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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박재현의 모발연구/ - 박재현의 모발칼럼

슬릿이식과 허혈재관류손상에 대해

<슬릿이식과 허혈재관류손상에 대해>

 

 

 

"슬릿으로 이식하면 허혈재관류손상이 없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허혈재관류손상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모발이식도 허혈재관류손상이 있을 확률이 높은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슬릿으로 이식하면 이러한 현상이 없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어려운 용어를 물어주셨네요.

허혈재관류손상(IRI: Ischemic Reperfusion Injury)이란 인체의 어떤 조직을 이식 하기 위해 공여부로부터 채취되어 다시 이식이 완료되어 다시 혈액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공여부로부터 채취된 조직은 일시적으로 허혈(혈액공급을 못받는 일종의 에너지 및 영양 공급부족상태)상태에 들어갑니다. 다시 이식이 된 조직내로 혈액이 일시에 공급이 되면서 활성산소(Free Radical)이라는 것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 활성산소가 자기편을 인식못하고 오히려 자기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고 간략히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쉽게 말해 자살골을 넣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허혈재관류현상은 꼭 허혈상태동안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허혈상태가 끝나서 재관류(revascularization)가 일어나서 피가 다시 통할 때 갑자기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모발이식에서 일어나는 허혈재관류 손상은 심장수술이나 간, 신장등의 주요 장기 이식과정에서 허혈과정 후 급격히 재혈류가 이루어질때 일어나는 허혈재관류 손상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도 미미하고 매우 서서히 일어나므로 모낭조직이 급격한 충격을 받을 정도까지 일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기존의 많은 논문 발표 및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바를 종합하자면

1. 모발이식에서도 허혈재관류손상은 나타난다.

2. 채취로부터 6시간 이내에 이식이 되면 허혈재관류손상(IRI)은 크게 생착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는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모발이식 수술의 기술적인 발전으로 많은 양의 이식이 이루어지는 기가세션도(giga-session)도 모두 6시간이내에 이루어지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현상은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대부분의 수술이 슬릿으로 이루어져서 의사가 슬릿만 내고 실제 모낭 이식을 간호사나 테크니션이 장시간 담당하는 수술 방식(MIF Slit Technique)에서는 수술 시간이 많지 않은 양을 이식해도 6시간이 넘기 쉽기 때문에 특별한 모낭 보존액의 사용을 고려하는 노력이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조직에 혈액공급이 중단되는 일시적 허혈상태 시간이 길수록 조직은 손상을 받고 생착률도 저하됩니다. 하지만 최근의 수술경향이 많은 양의 이식도 짧은 시간에 정확히 이루어지는 기술의 발전이 많이 이루어져 이러한 현상은 수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해 주요 장기이식 수술을 다루는 과에서는 이러한 허혈재관류 손상을 줄여주는 장기보존액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HTK용액(HTK Solution)이나 위스콘신용액(Wisconsin Solu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저자도 이러한 용액을 모낭보존액으로 사용해본적이 있으나 고가의 비용으로 인한 수술비 상승, 감염문제, 장기 보관이 어려운 문제, 실제 모낭 생착률 향상이 미미한 점등의 이유로 아직 모든 수술에 적용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논문들에서 아직은 6시간 이내로 이식을 마친다면 기존의 생리식염수에 비해 더 장점이 없다는 것이 아직은 공통된 의견인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마이클 비너(M. Beehner)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바 있습니다.

이렇듯 확실한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분에게 고가의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 등이 고민스러운 부분들입니다.

 

대신에 우리가 일차적인 수술 비용상승 없이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수술시간의 단축(슬릿보다는 노터치가 1.5배 수술 시간이 빠르고, 노터치보다는 식모기가 수술 시간이 1.5배 단축됩니다. 식모기 방식보다는 슬릿 방식이 2-3배 정도 수술시간이 연장됩니다.), 적절한 모낭 보존액의 온도유지, 조직손상을 최소화하는 분리 및 이식 테크닉등은 수술팀의 조그만 노력과 정성, 스킬의 향상으로 이룰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저희 클리닉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채취, 분리, 이식을 하여주는 수술테크닉과 시스템의 개선이 훨씬 더 우수한 수술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러한 부분의 연구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모낭손상을 줄이고 생착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그 시도만으로도 매우 값어치가 있으며 그러한 모든 노력들은 계속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시도를 하는 병원이라면 한 모낭이라도 더 생존시키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소위 ‘개념병원’이라고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연구, 노력하는 병원조차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